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나 국정원 비밀요원인데…" 남편도 속았다

<8뉴스>

<앵커>

이런 영화같은 일도 있었습니다. 30대 가정주부가 무려 9년 동안이나 국정원 비밀요원 행세를 해오다 덜미를 잡혔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비자금 운운하며, 수억 원을 가로챘는데, 부모와 남편까지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권기봉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은 오늘(6일) 자신이 국정원 비자금을 관리하는 비밀요원이라고 속여 사기를 친 혐의로 가정주부 31살 이 모씨를 구속했습니다.

이 씨는 친지와 친구들로부터 35차례에 걸쳐 7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국정원에서 비자금으로 관리하는 어음을 세탁할 때 자금을 대면 높은 수수료를 주겠다는 수법이었습니다.

이 씨는 피해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은 국정원 보안 규정을 보여주며, 비밀사항을 누설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속여왔습니다.

작은 회사에 다니던 이 씨는 지난 1999년부터 주변에 국정원에 속기사로 취직했다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거짓말은 점점 커졌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국정원 자금 담당'에서 '청와대 파견 비밀요원'이라고까지 부풀렸습니다.

친구들은 물론 부모와 동갑내기 남편까지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피의자 친인척 :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을 또 거짓말로 무마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친지들의 경조사에는 국정원장 명의의 꽃바구니까지 보냈습니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지금도 이 씨를 국정원 직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박모 씨/피해자 : 조사를 받고 나와서도 자기가 무슨 진짜 비밀요원인 것처럼 또 얘기를 했어요.]

경찰은 최면에 가까울 정도로 주변 사람들을 현혹시킨 이 씨의 수법 때문에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