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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섬 끊이지 않는 사고…보행자 위해 멈춘 차는 31%

<앵커>

경기 성남시에서 교통섬으로 가던 여성이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교통섬은 우회전 차량이 원활히 통행할 수 있게 교차로 같은 곳에 만든 시설물인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보행자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 그런 건지, 김형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시 정지 없이 우회전하던 버스가 갑자기 급정거합니다.

길을 건너던 사람을 친 겁니다.

차에 치인 60대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우회전 전용 도로를 끼고 있는 교통섬 횡단보도였습니다.

지난 6월 경기 수원에서는 교통섬 위로 돌진한 차량에 치인 50대 여성이 숨졌고, 같은 달 우회전 트럭에 치여 숨진 서울아산병원 주석중 교수 역시 교통섬으로 가는 횡단보도에서 변을 당했습니다.

서울 시내 교통섬들을 둘러봤습니다.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붐비는 을지로입구역 사거리, 길을 건너려던 보행자는 멈추지 않고 진입하는 우회전 차량에 화들짝 놀라 물러납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

사람이 건너려고 하면 그제야 급히 차를 멈춥니다.

[이창식/경기 고양시 : 그냥 확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어서, 많이 놀라는 경우가 조금 있고….]

[박준후/서울 강동구 : 제가 실제로 어제도 여기 사거리에서 건너다가, 오토바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자동차랑 부딪히는 사고도 목격을 했고요.]

교통섬은 우회전 전용 차선이라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빨간불일 때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일시 정지해야 하는 의무는 똑같은데, 지켜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이 전국 34개 교차로를 조사한 결과, 교통섬이 있는 횡단보도에서 정지선을 지킨 우회전 차량의 비율은 31.7%에 불과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도심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교통섬은 우회전 차량이 신호를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르게 지나가도록 해 정체를 줄여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차들이 우회전 속력을 높이기 때문에 그만큼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경우/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 : 원활하게 회전하기 위해 만들어 놓으니까 속도 내기도 좋고, 특히 대형 차량 같은 경우는 (우회전할 때) 시야가 잘 안 보여요.]

전문가들은 사고가 자주 나는 교통섬의 경우 신호등을 설치하거나 아예 철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최혜란, CG : 조수인,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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