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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한복판이라도…극빈층엔 '남의 잔치'

<앵커>

월드컵은 전 세계인의 축제라지만 정작 브라질 내에는 즐거움에서 소외된 극빈층이 많습니다.

빈부격차 속에 물도 전기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최우철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상파울루 도심 한복판에 있는 25층짜리 빌딩입니다.

호텔 폐업으로 방치된 건물인데, 1천500명의 빈민들이 점거해 살고 있습니다.

수도와 전기가 끊긴 건물 내부는 대낮에도 동굴처럼 캄캄해 곳곳이 위험투성입니다.

화장실 사용은커녕, TV 시청도 불가능합니다.

이들에게 월드컵은 남의 잔치입니다.

[아일레나 : 브라질 대표팀을 응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겠어요. 당장 살 집도 없고, TV 중계를 볼 데도 없어요.]

이곳처럼 빈민들 차지가 된 도심 건물이 상파울루에만 수십 곳입니다.

시 외곽 월드컵 경기장과 도로 건설 과정에 판자촌이 모조리 철거되면서, 도심에 더 많은 극빈층이 유입된 겁니다.

[마우리시우/변호사·빈민운동가 : 여기 있는 사람들은 월드컵 경기장 건설 전에 빈민촌에서 200헤알(약 9만 원)에 월세를 얻었는데, 지금은 4배가 올랐어요. 경기장과 제반시설이 들어섰기 때문이죠.]

그동안 브라질 정부는 극빈층의 주거 환경 개선엔 철저히 눈을 감았고, 이 때문에 월드컵 반대 여론은 점점 커졌습니다.

이 현수막에는 '상파울루 시장은 집부터 지어달라'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파업과 이런 반대 시위가 갈수록 커지는 건, 우리 돈으로 11조 원이 넘는 대회 공사비로 병원과 학교 주택부터 지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반대 시위 중단을 조건으로, 상파울루에 서민 주택 2천 채를 지어달라는 빈민 단체의 요구를 뒤늦게 수용했지만,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멉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 영상편집 : 김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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